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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수화 김환기 /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등 본문
그림** 수화 김환기 /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등
지난달 홍콩경매에서 김환기의 1970년 작 <무제>가 48억6740만원에 낙찰되었다고 한다. 작년 10월 홍콩경매에서 그의 1971년 작 <19-Ⅶ-71 #209>가 47억2000만원에 낙찰되어 한국 작품 최고가를 기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그 기록이 경신된 것이다. 그 때 나는 작가 김환기나 한국 단색화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지만 이 작품을 보고 많은 감동을 받았었다.
이 작품의 제목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김광섭의 시 「저녁에」의 마지막 구절을 인용한 것이다.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 수록 별은 밝음 속에서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살아가는 사람들 같기도 하다. 점들이 한 곳에 뭉쳐 있지 않고, 하얀 사각형과 푸른색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말이 더욱 깊게 와 닿는다. 각각의 점들이 서로 만날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각 점들이 어떤 리듬감을 형성하고 전체적으로 확장되는 하나의 면처럼 보이기에 이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도 받는다. 점을 하나 찍고 푸른 색으로 그 점들을 감싸며 그림을 완성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점들이 완벽한 수직, 수평을 이루지 않으며, 색이 번지기도 하고 푸른 빛도 점점 달라진다. 2미터가 넘는 캔버스에 하나하나 붓 터치를 해나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인데, 점을 하나하나 찍으며 작가가 얼마나 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을지 느껴진다. 만약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라는 제목 없이 <무제>였다면? 만약 내가 이 작품을 김광섭의 시와 함께 보지 않았다면? 나는 이 작품을 실제로 본 적도 없기에 작품의 이미지만 보고서는 이만큼의 감동을 느끼지 못했을 것 같다. 문학적 해석이 없더라도 그가 작품에 쓴 점, 선, 면, 색이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가지며, 거기서 오는 감동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 것이다. 그때 서양화를 접하고 추상미술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1937년에 귀국한 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부산으로 피난을 갔고, 1년 정도 체류하며 전국의 피난 예술가들과 교류했다. 이후 1956년부터 1959년까지 3년 동안 프랑스로 건너가 작품활동을 했으며 1964년부터는 부인 김향안과 함께 뉴욕에서 지내며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그리고 1974년에 뉴욕에서 사망했다.
동경시대의 대표 작품들
두 작품은 일본 유학 시절 접한 서양미술의 기법을 연구, 실험한 작품으로 보인다. <종달새가 노래할 때>에서는 입체파와 초현실주의적인 특징을 보이며, <론도>에서는 음악과의 연관성을 가진 추상화의 특징이 나타난다.
부산 피난 시절의 대표 작품
파리시대의 대표 작품들
파리시대 전후 1950~60년대는 김환기가 한국적 소재를 탐구했던 시기이다. 달, 항아리, 매화, 산, 여인 등의 소재가 주로 나타나며, 대부분의 작품이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상징하는 푸른색을 띠고 있다.
뉴욕시대의 대표 작품들
뉴욕시대에는 그가 주로 표현했던 소재들이 점, 선, 면으로 분해되어 더욱 추상적인 작품들이 나타난다. 특히, 1970년 이후에는 작은 점들이 캔버스를 가득 채우는 전면회화가 등장한다. 점들이 반복되며 무한히 확장되는 듯 하기도 하고, 전체가 리듬감을 가지고 움직이는 하나의 면처럼 보이기도 한다. 김환기 예술의 흐름을 알고 작품을 다시 보면 점 하나가 그냥 점이 아니며, 푸른색도 그냥 푸른색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의 일생과 고국에 대한 그리운 감정이 녹아있고, 지금까지 이어온 수많은 예술적 실험들이 모두 함축된 것이다. “서울을 생각하며, 오만가지 생각하며 찍어가는 점... 내가 그리는 선, 하늘 끝에 더 갔을까. 내가 찍은 점, 저 총총히 빛나는 별만큼이나 했을까..." 그에게 점 하나를 찍는 것은 단순히 기계적 행위의 반복이 아니라 깊은 사유와 수행의 결과인 것이다.
현재 김환기을 비롯해 박서보, 이우환, 윤형근 등 많은 한국의 단색화가들이 인정받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단색화는 1970년대에 중심 흐름이었던 우리나라 고유의 추상화 장르이다. 서양의 미니멀리즘에 영향을 받아 출발했지만 고유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수행으로서의 의미가 있다. 점과 선 하나하나가 작가의 정신적 수양의 결과이며, 이러한 특징 때문에 단색화는 우리 고유의 장르로서 늦게나마 재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그에 따른 반응도 제각각이다. 누군가는 우리나라 단색화가 더 제대로 인정받아 일본이나 중국 작품만큼 더 높은 값으로 매겨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누군가는 캔버스에 선 하나 그은 그림이 이토록 비싼 이유를 모르겠다며 가진 자들의 돈놀이일 뿐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예술가들조차 이러한 현상을 비판하는 작품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미술시장의 특수성을 이해하지도 않고, 작품과 작가에 대해 더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경매가만 보고 현대미술을 비난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나 또한 김환기의 예술세계에 대해 알아보며 그가 캔버스에 그린 선 하나하나가 왜 그렇게 비싼 값에 팔릴 수 있는지, 그 가격의 측면보다는 가치에 대한 측면에서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작품의 경매가를 알기 이전에 그 작품의 가치에 대해 먼저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또한 우리나라 작가들에 대한 관심과 지지가 늘어나 그들이 한 시대와 사조를 대표할 수 있는 예술가로 거듭날 수 있으면 좋겠다. 예술가가 성장하는데는 예술가 개인의 창의력과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제도와 문화 또한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Louis Hector Berlioz 꿈과 카프리스 Op.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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